Column

TREND

전기자동차 국내 보급 현황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전기자동차 시대

 

제주도에 거주하는 10년차 직장인을 생각해봅시다.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고, 10년차가 됐으니 연봉도 올랐습니다. 직장 초년생 때 구매한 자동차를 바꿀 시점이 도래했고, 예산은 4,000만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비가 높고 제주도 좁은 길을 편하게 달릴 수 있는 해치백 자동차를 후보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BMW의 EV(순수전기차) i3와 동급 디젤 차량 중 어떤 차를 사시겠습니까?

 

위 사례는 우리나라 다른 지역이라면 고민거리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과 충전소 인프라가 가장 많은 제주도에서라면 실제 고민이 되는 상황입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운행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대체해 탄소 없는 섬 제주를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며,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만 전기자동차가 852대 보급돼 있으며, 충전기는 1,016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올해 보급계획까지 마무리되면, 전기자동차는 2,930대, 충전기는 2,936기에 달할 전망입니다.

(출처: 제주도 2015년 전기자동차 민간보급 도민공모 시행계획)

 

다시 고민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BMW i3의 판매가는 5,750만원입니다만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지원금 혜택으로 실구매 가격은 3,550만원이 됩니다.(2015.4 기준) 동급 디젤 모델과 비교 가능한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집니다. 또, i3는 1km를 달리는데 10.1원의 전기충전비가 드는 한편, 디젤 모델은 78.2원의 주유비가 듭니다. 이를 1년 동안 1만6,000km를 운행할 경우 유지비로 비교해보면 i3는 약 16만원, 디젤 모델은 125만원으로 8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성능면에서는 어떤지 비교해볼까요? 차량 크기는 i3가 전장이 짧지만 엔진룸이 없어 내부 탑승공간은 일반 차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속성능을 나타내는 제로백은 오히려 i3가 빠르고 최고속도는 i3가 150km/h, 디젤 모델이 210km/h 수준입니다.

 

가격과 성능, 유지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전기자동차와 일반차의 비교 구입이 가능한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전기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서울에서 전기자동차로 부산까지 간다면 얼마나 걸리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는 약 390km, 전기자동차 주행 가능 거리는 130km 정도이니, 부산까지 가는 동안 출발 시 완충을 포함해 최소 3번은 충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전에서 대구까지의 하행 구간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전기 충전을 위해 주행 경로는 '서울-대전-대구-부산'으로 잡아야겠습니다.

 

전기차 충전소는 완속과 급속 충전 두 가지가 있는데, 완속 충전의 경우 4~5시간, 급속 충전은 30분이 걸립니다. 급속 충전기만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3번 충전시간 1시간30분에 각 구간별 이동시간 서울~대전 2시간, 대전~대구 2시간, 대구~부산 1시간30분을 모두 더하면 총 7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반차를 탔을 때 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전기충전 때문에 2시간 정도가 더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비용 측면에서 일반차는 서울~부산 주행 시 주유비가 약 6만원이 들지만, 전기자동차는 전기 충전 비용 5천원이면 되고, 배출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환경적 장점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 경부·서해 고속도로 휴게소 30곳을 포함해 수도권·경남·호남 중심으로 급속충전기 100기를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9월까지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 국도 휴게소, 공용주차장, 공공기관 등에 골고루 설치된다고 하니, 전기자동차 전국 생활권 시대가 곧 열리길 기대합니다.

 

pic: 전국 전기충전소 분포 현황 (한국환경관리공단)

 

 

 

공공급속 충전시설, 232기에서 2020년 1,400기까지 늘린다

- 전기차 상용화 종합대책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12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차 상용화 시대의 기반 조성을 위한 '전기차 상용화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상용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을 2014년 누적 6,000대 수준에서 2017년엔 4만 6천대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 누적 2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공공급속 충전시설도 현재 232기에서 2020년 1,400기까지 늘려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소비자 부담완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 세제 지원과 공공기관의 전기자동차 구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PHEV가 전기자동차 시대 앞당긴다 - 국내 첫 PHEV 출시 'BMW i8'

 

 

pic: BMW가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PHEV 모델 i8

 

위에서 다뤘듯이 아직까지는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가 구석구석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일반차처럼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가 전기자동차 시대의 선봉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PHEV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가솔린·디젤만으로도 운행할 수 있습니다.

 

2015년 BMW의 PHEV모델인 i8이 국내에 출시됐는데, PHEV 방식의 전기자동차가 국내 출시된 것은 i8이 처음입니다. BMW에 이어 다른 제조사들도 PHEV 모델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입니다. PHEV는 EV(순수 전기자동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짧은 주행거리를 일반차만큼 늘렸고, 연비는 일반차보다 2~3배 높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 한해 자동차 트렌드를 점쳐볼 수 있는 지난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3월 제네바 모터쇼에 이어 지난 2일부터 개최 중인 서울모터쇼에서도 BMW, 아우디, 폭스바겐, 벤츠, 현대차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PHEV를 앞세워 공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PHEV에 대한 지원정책이 없었는데, 올해 정부가 친환경 차량에 PHEV도 포함하면서 소비자 구매 부담이 줄어들자 완성차 업체들도 PHEV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PHEV에 관한 기준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g/km인 중소형 하이브리드차(HEV, PHEV)를 구매하면 최대 310만원의 세금감면과 보조금 1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차 업체들의 PHEV 모델 출시와 정부 정책이 이어지며 '전기만으로는 아직 조금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는 궁극적으로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